하늘길 능선에서는

용광로와 같은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를 스치고

온몸을 달구는 열기에 숨이 막혀와도

겨울 햇볕은 뜨겁지 않았다.


바래봉의 매서운 칼바람,

하얀 눈, 앙상한 가지,

나를 흔들며 지나가는 미미한 소리에

가슴이 아리다.

 



지나간 행적과 손 때 묻은 기억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게 그리워질 거라는 생각을 더 할 뿐.

그리운 건 내 바람인가 보다.


깊어지며 멀어져가는 시간.

매일 바라보는 정겨운 하늘

코끝 시리도록 차갑고 맑은 바람을 들이킨다.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고

발이 없고 길이 아니어도 

숲길을 걷는 순간은

첫사랑의 마음과 같음이라.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고

그리운 것은 멀리 있기에

길들여짐에 익숙해질 무렵

초연[]에 살던 그때를

그리워할 날이 올 줄이야.

누가 겨울은 말 못한다고

나약하다고 말하였던가.

입도 벙긋하지 않고

사람을 떨게 하는 겨울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떠들던 자들의 오만방자함에

매서운 칼을 들이댄다.



그날 북극한파로 호남과 제주에 폭설이 내려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고

제주 바다와 하늘은

4일간 육지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왕래를 끊어버리는데

그 파장은 덕유산까지 밀려와 우리 발도 묶어놓고 말았다.

모든 것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겨울엔 가만히 있어야 하나

거리에 빈 바람이 나뒹굴고

따스한 손도 얼어붙은 고달픈 겨울 면상

그 겨울 뒤안은 그렇게 차갑고 외롭고 쓸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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