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한번쯤은 미치도록 무언가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다. 몸이 왕성할 나이에 운동에 빠져 무언가에 도취해 있었다. 무더운 날, 비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 폭풍이 몰아치던 날에도 나는 뛰었다. 사람들은 왜 뛰냐고 물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건... 글쎄다... 뛰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날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때인가 중독성이 강한 Runner's High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썼다. 나를 보았다. 의미없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타지를 떠돌다 목포로 발령이 나면서 삶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산에 자주 가게 되었고 하얀 꿈속을 유영하듯 물속에서는 자유로웠다. 어느 한계에 도달하여 몸이 마음을 따르지 못해 멈춰버렸던 달리기처럼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산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멀리서 찾기 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 월출... 산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다. 주위에 둘러보면 좋은 산이 많다. 그러나 유독 월출에 매달리는 이유는 하나의 산이 여려 형태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호남의 소금강 답게 감성적 인식론이 잠재되어 있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학의 동산이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 그 아름다움들은 관념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월출은 관념적 아름다움만이 아닌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때로는 추상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인생의 시간여행을 통해 살아 가지만 진정한 의미를 채워가지 않는다면 어떠한 화려한 인생이라 할지라도 마침내 빈 껍데기로 남으리라. 산에 오른 날은 자연의 신비에 놀라워하고 자연의 평화로움에 감탄하고 산의 포근함과 평화로움에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제멋대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도 결코 해롭지 않은... 욕심을 내지 않은자에게 배신을 하지 않고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며 시시각각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선물해 주기에 나는 산에 머물기를 그 안에 내가 있기를 원하였으며 그날도 산에 있었다. 오르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적당한 고통은 즐거움으로 되돌아오고 세상의 온갖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맑은 바람과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고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영혼의 소리도 들을 날 있겠지. 바람이 불어올 때면 침묵의 소리가 들린다. 나 자신을 알게 해주며 마음을 비워야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기에 아름다운 능선을 오르고 내린다. 그 산을 말이다.
음악
1. From a Distance / Emi Fujita
2. Desperado / Ko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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