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지 못해도 괜찮다. 절망해도 괜찮다.

지금 나는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눈과 마음, 깨닫는 삶을 통해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소중한 하루의 날들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욕망이라는 큰 기대감으로 인해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절망은 나를 마비시키고 때론 사랑과 희망의 결핍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고 있다.

 

하조등대 앞에 펼쳐진 넓고 푸른바다와 파란하늘,

깨끗한 세상으로 들어가던 순간

삶은 고귀하고 살아가는 것은 의미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진도 하조도 신금산에 있던 날은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던 날이었다.

 

 

목포를 떠나 팽목으로 향하던 시간

짙은 어둠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바람에 마음까지 초조하다.

팽목항 창유행 철선이 무사히 운행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일기예보에 자꾸 시선이 간다.

서둘러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아침 7시 첫 승선을 앞둔 시간

팽목과 가까운 남도석성을 잠시 둘러 보기로 한다.

성 외각에 올라 서니 키작은 코스모스가 인기척에 놀라

내부의 스산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새벽에 불던 바람처럼 소용돌이 쳤던 역사의 흔적과 무성히 자란 잡초를 바라보며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남도석성은 고려 원종 때 배중손(裵仲孫)이 삼별초를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으면서 쌓은 성이다.

석성 앞을 흐르는 실개천의 아치형 돌다리는

지난 겨울 차갑게 느껴지던 청아한 물소리에

바람까지 실어나르며 귓볼을 간지럽혔던

조계산 선암사 승선교의 정교함 보다 못하지만

그 모습과 형태가 정겹다.

 

 

철선은 40여분 동안 바다를 건너더니 창유항에 도착했다.

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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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선에서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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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창유항이고 다음 목적지는 관매도라는 말을 건낸다.

잘 못 내렸다는 말이겠지?

그러나 내 발은 이미 콘크리트 부두를 내딛고 있다.

 

 

행복마을 앞 비좁은 농로길을 따라 돈대봉으로 향한다.

 잡풀이 우거진 등산로를 헤치며 오르는데

대여섯 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넓다란 바위에 뱀이 눈에 들어 온다.

머리 모양이 삼각형인 것을 보니 분명 독사다.

장마철이라 몸을 말리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있는데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가락바위를 오르는 동안 3마리의 뱀을 보았고

혼자 비밀로 하지만

산행하는 동안 독사는 일광욕을 즐기느라 도망갈 생각이 없어

일행에 노출 되고 만다.

스틱으로 쫒기라도 하면 화부터 낸다. 

돈대봉에서 신금산 하조 등대까지

무려 30여마리 이상의 독사와 쫒고 쫒기며 가야했고

마음 졸이며 숨가팠던 하루였으나....

 

 

 

그 섬에 가고자 했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서고 싶었다.

 

 

 

진정 오르고프다.

그곳에 올라서 바람을 들이키고 싶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를 원망해야 할까?

아니지...

손가락바위 높은 곳에 있는 바람의 길을 원망하야지....

그래서 줄이라도 잡아 보련다.

 

 

어둠 속에서 잠자던 바다가 깨어나는 시간

꿈틀거리는 바다를 보았다.

무언가의 끌림에 한참동안이나 그곳에 서 있어야만 했다.

 

 

 

자유롭게 날고 있는가...

다양한 표정과 모습들

나는 웃는데

누구는 바람을 등지고

누구는 몹시 놀라고

다음 가야할 곳을 향해 바쁘게 움직인다.

 

 

 

 

섬에 가면 산에 오르리라.

산 정상에 올라봐야 그 섬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

오전의 하늘은 나를 몹시 애타게 했다.

 

 

 

 

돈대봉을 내려와 유토비 정자에서 머물며 작은 섬마을의 정취와 길가에 핀 들꽃을 보며 신금산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신금산에 올라서니 따사로운 빛이 쏟아져 내린다.

겨울의 다이아몬드 처럼 반짝이는 바다가 서서히 눈을 뜨고 깨어나기 시작한다.

 

 

 

 

 

 

 

 

 

 

 

 

 

 

 

 

 

 

 

 

 

 

 

 

 

 

아침 창유항을 들어설 때와는 다른 하조등대

 

 

 

천개의 바람 / 작자 미상

 

나의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넒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진도 팽목항

하조도에 있던 그날 오전 9시경 팽목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팽목은 또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에 잠든 그 아이들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날고 있을까....

저 세상은 자유로운 몸짓으로

푸른 바다 푸른 하늘을 날고 있을까 

그들이 있는 곳에

부디 포근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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