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우리는 일상에 놓여진 수많은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과 고민, 행복과 불행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길에서 만난 인연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어머니의 길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었고 사람을 만났으며 시간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보았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 할 길, 그 길은 나와의 인연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한 번 만난 인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두 번을 만난 인연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인연이기에 그 질긴 인연의 끈을 소중히 가꾸어 가야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우연이 아닌 필연 속 만남의 연속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이 걷는 길을 통해 만남이 이루지기 때문에 재촉하지 않아도 오는 사람을 위해 기다려주고 믿음을 심어 주어 마음을 얻는다. 믿고 기다리면 그 자리로 되돌아 오는 것이 사람인지라 모두를 인정하고 내 생각을 바꾸면 하나가 되고 노력하면 알게 되는 것이기에 관심과 이해로 길을 걸어간다.
구정봉 능선에서 장군봉까지 이어진 빨간 길. 이제 산에 들면 12시간을 넘겨버린다. 어딘가로 향하는 길은 분명한 목적지가 있고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날 산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응어리진 마음 끄집어 내기에 충분 하였으며, 구정봉에서 들이키던 얼음 맥주 한 모금과 바람재 데크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알지 못하는 누군가 나에게 권하던 막걸리 한 사발이야말로 세상 시름 다 잊고 떨쳐 버릴 것 같았다.
삶은 生과 死 하나의 선이며 길이다. 태어남과 죽음은 축복이지만, 우리는 돌아가는 순간에 슬픔으로 돌려 보낸다. 이별 때문이리라. 결국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강한 부정을 하며 가야할 종점을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다 누군가가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순간 깨닫는다. 젊은 날의 좋은 향기였고 그것은 성숙한 어른의 삶이고 향기였다고 말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영혼의 회귀. 마지막 가는 모습에 잘가란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 기일과 맞물려 지인 장례식장에서 위로를 핑게 삼아 몇 잔 마시던 술에 몸이 흥건하게 젖어 들고 말았다. 별이 초롱한 새벽 나를 깨우던 소리 조차 잊게 만든 알콜은 약속 시간 30분을 넘기고 말았으니 알콜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일요일 당직근무를 하게 되면 일주일이 혼란스럽다. 일요일이 사라져 버린 듯한 착각 속에 월요일을 맞이하는데 생계의 수단이고 밥벌이의 수단이다 보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집에 돌아오는 길의 바람은 시원하다. 늦은 시간 현관문을 열었더니 반갑게 맞아 주는 아이들의 공손한 인사와 웃음소리에 피로가 가신다.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 보니 밤은 깊다. 밤하늘 빛나는 별은 고요하며 찬란하다. 바람결에 나부끼며 흔들거리는 길가의 가로수 나무가지가 예사롭지 않다. 잠시 창문을 열어 제낀다. 문밖에서 염탐하고 있던 바람은 창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살같이 거실로 밀고 들어와 여리게 자란 나뭇가지를 쓰다듬는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순간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 외로움을 오래 안고 있으면 삶이 무디어질 것 같기에 옆구리로 마른 바람을 스쳐 보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맑은 마음을 갖도록 속삭이고 인연을 만들어 낸다. 밤과 나 그리고 바람과의 인연처럼....
때는 심한 가뭄이라 대동제와 상수원지가 바닥을 들어냈고 안개골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 조차 희미하다. 간혹 물이 고여 있는 곳이면 송사리인지 이름 모를 물고기가 넘쳐났고 허리가 부러지도록 꼬리지느러미는 물속을 날고자 했다. 월출 구정봉 능선은 큰골과 안개골로 이어져 내려오는데 구정봉 부처바위까지 두 개의 능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중 안개골 합수부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첫번째 능선을 택한다. 안쪽 능선은 북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르는 반면 큰골과 이어진 두 번째 능선은 노적봉능선을 병풍삼아 치고 오른 맛이 일품이다. 수직의 험준한 숲길도 마다 않고 바짝 뒤쫒아 오는 그들이 있어 앞길을 뚫고 오르는 동안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만족은 채워지지 않은 욕구이지만,
불편은 익숙해지면 편해진다.
길이 아닌 길을 걷는데도
결국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산을 거슬러 오른다.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그곳에는 한 줌의 바람에도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수행자의 발걸음처럼
산에 있는 동안은 오랜 시간을 잘 버텨야 한다.
주먹을 쥐면 남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는 있지만 산에서는 손을 펴야 나를 이길 수 있다.
주먹을 움켜 쥐면 서로 악수 조차 할 수 없지만 손을 펴면 뒤에 오는 사람을 붙잡아 줄 수 있다.
움켜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며 손을 폈다고 해서 나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손을 내밀어 마음을 열어 우리 대화의 창 환하게 열어 봅시다.
산과 사람의 조화로움 속 긴 여정...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들이다.
험준한 산을 뚫고 올라 드디어 구정봉 능선에 섰다.
목적지까지 남은 길 또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통해 기억을 더듬는다.
두 개의 구정봉 능선에 짙어지는 녹음....
신기하게 바위틈에서만 자라는 것 같아 사진에 담아 왔는데 꽃 이름을 도통 모르겠다. 시간과 손가락 품을 들여 찾아 보았더니 장미과에 속하는 <돌양지꽃>이란다. 봄꽃은 모두 지고 여름으로 들어선 때, 매년 피는 꽃이건만 마치 새로운 꽃을 발견한 것마냥 카메라에 담는다. 낮은 자세로 바라볼 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만의 세상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노루귀처럼 작은 봄꽃의 설레임 만큼이나 무심코 지나쳤던 꽃... 돌양지꽃
뒤를 돌아본다.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버린 상수원지와 대동제가 시야에서 점점 희미하게 멀어져 간다. 지나온 시간 그리고 살아온 날들을 모두 생각해 낼 수 없다. 지나간 일들이라 하기에는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함이 있다. 힘들 때 나를 쓰다듬고 위로가 되주는 것들... 봄꽃처럼 아련한 기억들이다. 그냥 스쳐 보냈던 것들 조차 소중함으로 다가올 때, 그 기억들로 인해 가슴은 다시 뛰며 어제를 살려내고 오늘을 살아야 할 목적과 내일의 생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잊혀져가는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는...
아련한 추억이 미련(
머리속에서 쉽게 떨쳐 내지 못하는
어리석고 둔한 미련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며 아낌없이 사랑하고
지나온 추억 속 향기를 담아왔던 고운 사랑의 이야기가 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을 거슬러 달리고 싶다.
그래서 당장 그를 만나야겠고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을 찾아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
온종일 하늘은 뿌옇다.
그러나 밉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 산에 머물고 싶었고
그날은 바람과 많은 대화를 나눈 듯하다.
바람재 아래 안개골은 아늑하다.
조촐한 마음
들뜬 기분
드넓은 영혼을 가진 자만이 느끼는
찰나의 순간
나는 그곳에 서 있다.
같은 산
다른 느낌
이것이 월출의 모습이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 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나무와 바위가 되어 버리는
그 무엇.....
월출 주능 등산로를 벗어나 멋진 암릉이 시야에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몸 튕겨 오른다.
쥐도 새도 모르게 스며든다.
그러다 누군가에 의해 도촬 되지만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
장난끼가 마음을 간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 들어선 곳
암릉과 신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월출
바람은 등을 떠밀고
귓가에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는 즐겁다.
또 어딘가에 있을 명품 조망터를 찾는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버렸다
시간을 달리는 칠면조~~
뽀로로 언니~~
아라비안나이트 ~
닳아진 엉덩이? 아니거든요 상남자
해맑은 배꼽~
설정....
바람에 못 이겨 들풀이 누워 버리 듯
바람골에서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 댄들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산은 그저 산일 뿐,
아무 의미도 없다.
바람에게 길을 묻는다.
내 마음 안에 그대가 있어도
어느날은 당신에게 가는 길을 잊어버린다.
벌써 새벽인가 싶어 눈을 떠보면 아직 깊은 밤이다.
창밖의 별빛은 초롱하고 도로에 낯익은 그림자만
노란 불빛에 어른거린다.
사랑으로 가는 길에는 지름길이 없음을 알면서도
이별로 가는 길에는 아픔이 있음을 알면서도
마음은 바쁘게 길을 찾아나서지만 어느 길이 지름길인지
조급한 마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아....
그래도 바람은 불어온다.
그날 산에서 불어오던 바람처럼 창밖의 바람은 나를 더듬는다.
어떤 날은 당신과 내가 함께 하루를 동행하였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모른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알까!!
사랑으로 가는 길이 어느 길이며
어느 길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 길인지를.....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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