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 길에서 누구를 만났으며, 주변에서 무엇를 보았고 누가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공원의 화단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앞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나는 어제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의미한 어제였으며 메모리카드나 USB 외장하드처럼 머릿속에 보관되어 있지 않은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흐른 것 같지만 일상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심리적 대립과 첨예한 갈등 등 하루동안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풀어가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하루를 넘기면 오늘이라는 시간이 다시 채워진다.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먹먹해 오는 그리움들.. 그리고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해야 할 것들로 점점 많아진다. 그것들은 사진을 찍듯 머릿속에 새겨두기도 하고 이곳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통해 그 느낌들을 옮겨 놓는다. 사람들과 나눈 대화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 하나까지 기억에 담는다. 그 일상사들은 매 순간마다 단단히 붙잡아두지 않으면 언제 소리 없이 부서져버릴지 모를 정도로 한 순간 지나가는 시간이다.
많은 날이 흘렀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은 많이 바뀌었다. 이젠 새벽 기상 시간에 맞춰진 알람을 궂이 들을 필요도 없고 강요하지 않아도 새벽이면 몸을 움직여 수영장으로 향한다. 아침의 붉은 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 찾아오는 떨림들... 다가올 하루가 어떤 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어제는 지나갔고 어제라는 하루를 무사히 살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진도 동석산에 오르기로 한 날부터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에는 9호 태풍 찬홈이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마음이 바쁘다. 다도해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기대 했건만 태양은 여명속에 잠깐 고개를 내밀더니 금새 짙은 구름에 숨어 버리고 만다.
7월에 찾은 진도 동석산에는 구름 덮힌 하늘과 바람, 그리고 깊이 익어가는 초록 물결과 함께 들녘의 시원스런 풍경들이 있다. 지산 하심동 마을 종석교회 뒷편으로 이어진 길로 들어서면 얼마 오르지 않아 조망바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7월의 풍경들이다. 태풍의 간접적 영향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과 구름의 양도 많아진다. 산행을 다녀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등을 떠밀어주던 뒷바람과 동석산의 시원함이 아직 몸에서 떠나줄 모른다.
가는 길은 편할지라도 이젠 익숙해져버린 인위적인 것들과의 친숙함에
숲속의 흙길은 더 포근함으로 다가오고 가끔 나타나는 철계단들은 난공불락의 요세를 찾아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곤한다.
때론 자연 상태로 남겨진 길
그래서 이런 길이 좋다.
낮은 산이면서 결코 낮지 않은 산
힘겹게 오르다가도 목덜미를 햝고 지나가는 그 바람에
긴 한숨을 내려 놓는 곳...
초록의 바다엔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오늘이 지나면 마른장마에 촉촉하게 비를 퍼부을 테지
그리고 굽이 돌아 흐르는 물줄기에 물이 가득할 테지
눈이 즐거운 날은 초록이 넘치는 때이며
동석산에 올라
그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남도의 그리움은 이유가 없다.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진도의 바다에서 남도 정취에 흠뻑 젖는다.
금세 지고 나는 꽃처럼
초록도 때가 되면 가을 옷을 입겠지
그리고 지금
내가 저 호수 위에 있는 거겠지
바람이 불때마다
나도 녹색의 물결이 되는게지
일렁일렁 파문이 되어
녹색물결 흐르고 퍼져가다
저어기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내가 있겠지
오늘도
진도 심동리마을 앞마당 너른 들엔
나락향 가득하겠지
군데군대 오밀조밀 푸른 바둑판 위에 놓여진 바둑알처럼 솟아 있는 작은 산들이 포근하다.
가을이 오면 이곳에 다시 올라 익어가는 이 들녘을 바라보고 싶다.
동석산 작은 봉우리에 올라 서서
저 멀리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다도해의 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남도의 매력에 누구라도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바람이 분다.
텅 빈 공간으로 찾아들어
세상의 풍경 속으로 흩어져 버린다.
모든 것들은 바람에 흔들거린다.
잘못하여 실수하는 바람에
사랑하고 질투하는 바람에
비우지 못한 마음, 가지고자 했던 그 바람에
많은 것을 기대했던 그 바람과 바램들...
서망항 넘어 하조도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월, 슬픔의 바다
우리는 그 사월에 아무것도 못해 주었다.
해발 219m의 동석산
서남쪽 조도에서 보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아이동(童)과
산의 암봉 형세가 종모양과 비슷한데 종석골에 바람이 불면 은은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구리동(銅)을 써서
동석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암릉산행의 즐거움과 재미가 솔솔하다.
비가 내린다.
그래도 괜찮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집이 있고
고향처럼 느껴지는 풍경들이 조급함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산 기슭에서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며
마냥 그리움을 안고
허공을 가르며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
아직 빈 마음 떠나지 않은 그 자리에 서서 말이다.
심퉁샘의 생뚱맞은 몸짓?
나눠 가지고 나눠 주는 것.
무거운 짐 지고 올라
배낭을 비우면 얼마나 가벼워지던가
마음을 나눠야 모두가 행복하다.
이것이 즐거움이란다.
아이구야
나는 내 짐이 제일 무겁다.
세상의 모든 짐 내가 짊어지고 오른 것 같아
무거워서 싫다.
비우면 가벼워지는 법인데도
쉽게 비워지지 않는다.
욕심인가 보다
채울려고만 하니 말이다.
파도가 그리워 바다로 향하듯
산에도 바다처럼 물결이 있다.
들리는가..
산의 파동
귀 씻는 저 소리와 느낌들...
보이는가..
바람소리
강이 아닌 바다에 악어가 산다?
시인은 뻥쟁이
이런 게 어딨어?
많이 가지려고만 할 뿐이지
그 섬에 가리 / 김정화
바람 따라가듯
길 없어도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고
너에게 가리
일곱 빛깔 영롱한 별빛 아래
바다와 하늘이 물을 섞으며
슬픔을 묻는 곳
그 섬에 가리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돌어온 길 돌아다보며
먼 하늘 한 자락 눈에 묻고
누군가를 아염없이 기다리고 서 있는
남쪽 끝 그 섬으로
나는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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