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月出山) 기슭에는 투박하면서 멋스러운 바위가 쌓이고 놓여져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수세기 동안 온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보면 나름 높낮이의 서열과 질서가 있는 듯 하다. 향로봉 능선의 어느 높은 봉우리 바위틈에는 산 아래 안운마을이 몹시 그리웠던지 등허리가 활처럼 휘어버린 한 그루의 소나무가 애처롭다. 굳은 절개로 벼랑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들은 월출산 향로능선의 운치를 더한다. 그간의 세월에 닳았는지 바위 끝도 둥글다. 그 틈사이로 아침 햇살에 결코 외롭지 않게 피어난 철쭉을 내 눈으로 쓰다듬어 주리라. 서둘러서는 안될 산. 그날은 태양의 빛깔도 예쁘고 아름답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걸음을 붙잡고 느릿느릿 오르는 동안에도 햇살은 산하에 뿌려져 구름을 녹인다. 어둠의 그늘이 걷히는 시간 연분홍 철쭉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니 산 아래 운무속 안운마을과 미왕재 아래에 자리한 무위사 극락전 너른 앞마당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하다.
이번 월출탐방 향로봉 산행은 덕순, 지연, 학만, 보연, 세령, 성득, 효진, 정규 산님들과 함께하며 자연을 맛보았다. 금줄을 넘어설 때는 마음속에 꾸깃꾸깃 범칙금을 예치해 둔다. 어쩌면 금줄과 범칙금은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픈 마음이며 그에 대한 댓가인데 산을 오를 때마다 무임승차다. 하여 향로봉 이후 남은 2구간에도 이자까지 덧붙여서 얼마든지 기다리련다. 푸른 목장의 초원처럼 펼쳐진 안운마을 월출산다원을 출발하여 첫 능선을 오를 때 아침 하늘아래 세상은 요지경 속이고 뜻하지 않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침 안개가 대지를 덮고 작은 둥벙에 물안개가 피어 오를 때 확장된 동공 안으로 들어오는 선명한 아침에 가슴은 심하게 요동을 친다. 오늘같은 날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었고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맙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녹음. 봄이 주는 선물에 서러워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자연과 함께 있는 동안에 이대로 흩어져 사라진다 해도 안타깝고 서러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파란 하늘 하얀 속살 드러내 듯 고개를 내미는 산. 바람이 불고 구름에 덮혀도 계절에 따라 옷만 갈아 입을 뿐 산은 그대로 남아 우리를 또 맞이한다. 새벽잠을 깨워가며 이곳 향로봉을 향해 걸음하는 동안에도 월출 비경이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심히 궁금하였고 계절은 명쾌히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한 산을 또 보여 주웠으니 고마울 따름이며, 지금 서 있는 이 순간의 맑음이 마냥 좋을 뿐이다.
별아~~
그리운 날들이야.
너도 알겠지만
들에 피는 꽃은 늘 피어있을 것 같지만 곧 시들고 말아
하지만 사람에게서 피어나는 꽃은 말이지
마음으로 피워낸 꽃은 맑고 향기롭단다.
그건 나도 알거든요~~~
아니야, 별아 그것을 알기엔 넌 아직 어려
그날, 산을 내려온 이후에도 많은 생각이 교차되고 힘든 하루였던 건 틀림없었거든
무소유 法頂의 가르침처럼 늦은 밤이 찾아 올 때까지 버리고 내리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 동안
마음을 내려 놓을 때야말로 평안이 찾아온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으니까.
그럼 된 거 아니겠어?
별아 너는 산을 왜 오르는거니?
그건 말이지.....
마음에 가득한 욕심덩이를 녹이기 위해 오른단다.
거기에는 관대하고 변치않는 뭇 생명들과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도 하며
배려와 감사, 따스함이 있어 참 좋아.
그런데 질문하는 너는 누구니?
이런 바보 멍텅구리..... 나를 모르다니!
네가 오르는 순간 너의 뒤를 따르며
땀에 젖은 몸을 말려주고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며
힘이 들때 네 등을 밀어주는 바람이야...
나는 자연속에 존재하며
봄의 싱그로움을 꽃으로 피어나게 하고
숲을 빗질하여 물결을 일으키며
굶주린 날이면 구름으로 변신하여 생명을 불어 넣어 주기도 해.
그래서 버리지 말고, 꺽지 말고, 뽑지 말며
가슴으로 품고 눈으로 느끼돼
네가 다녀간 흔적은 남기지 말아줘.
산에서 만큼은
산에 들면 내가 막내다.
실로 나이도 그렇지만....
여러형상의 거대한 바위와 암벽, 아름드리나무들...
풀 한 포기, 졸졸졸 흐르는 맑은 계곡물, 산새, 뭇 생명들...
바위가 부서지고 잘게 깨져서 부드러운 감촉의 미미한 흙이 되었을지라도
나 보다 어린 것은 하나도 없다.
자연의 주인은 그 속에 사는 뭇 생명들이며
우리가 불러주지 않아도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고유한 이름이 있다.
또 이름을 지어주자니 민망스럽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산으로 말미암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니
산을 대상으로 경거망동하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올랐지만 다시 내려서야 할 길
나는 오르지 않으련다.
그런 길을 찾아 헤매는 성득형님이 안타까울뿐
에이~~ 버리고 옆으로 도망가자.
^_______^
이제 거침이 없다.
처음과 달리 아주 평안하도다.
예정된 목적지
일정한 속도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맏기고 바람과 함께 흩날리다 이곳에 이르렀다.
향로봉 주능에 솟아 있는 암릉을 바라보며 이미 정해버린 마음
넓은 지구, 좁은 나라에서 아직 다 보지 못한 풍경을 향해 다가 간다.
봄날에 우현히 마당으로 날아든 꽃씨가 내려앉아 싹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처럼,
우리는 꽃씨가 되어 월출에 내려 앉을 곳을 찾아 떠난다.
어느 순간 우리들의 마음은 같은 곳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으며
때론 예기치 않에 와서 부딪치고 헤쳐 나간다.
40~50m 높이의 장엄하면서 위대한 절벽
바위틈에서 아무렇게 자라는 한 그루의 소나무 조차 조형미가 있으며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정상에 이를수록 해는 더 높이 떠오른다.
태양이 옮겨 가는 곳으로 눈이 부셔 뜰 수 없어도
해가 질 때까지 이대로 머물러도 좋다.
메마른 내 입술 이슬에 적시며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 수만 있다면
무엇이어도 좋다.
때론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
기댈곳 조차 없는 마른 풀밭에 주저 앉아
불오는 바람 하나도 놓치지 않아 모두 들이키고 싶다.
왠 멍멍이??
한 겹씩의 양파 껍질을 벗겨 흰 속살을 도려내는 동안
작은 설렘, 애틋한 아쉬움들로 가슴시린 향기를 안겨주는 월추~~울....
나는,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좌측 노적봉능선에도 녹음이 짙어진다.
넌 어느별에서 왔니?
난 처음부터 지구별에서 살아 왔어
너의 마음에 상처가 나고 색이 바라면 덧칠할 수 있지만
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 왔단다.
짧은 삶을 살다 이슬처럼 사라지는 너희들에 비하면
미완성인 내가 오랫동안 더 많은 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이렇게 살아 있음이다.
어제나 내일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음이고
자연속에서 사람답게 살고 순수한 마음으로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남이다.
피사체의 촬영 위치는?
건너 바로 요기...
심퉁샘님이 계신다.
아무말 없는 녹차밭의 싱그러움과 시원한 풍경이 좋다.
인간의 언어들로 인해 가장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고
눈멀고 귀먹어 산다.
산에 오르면 모든 것에 해방되어 그 마음들이 잊혀지고 새로워서 좋다.
잊어버리고 내려놓기에 좋을 수 밖에 없다.
혼자 좋다 싫다 수 없이 내뱉지만,
산을 오른자만이 느낄 수 있고 여유로움을 설명하기가
거참.. 뭐하네...!!
어제는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퇴근 후 급하게 움직였다.
이유를 불문하고 무작정.....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인생 끝나는 날까지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고귀한 단 한마디
.....(엄마).....
시골집 뒷 밭이 석양에 물들어 어두워질 때
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엄마를 불렀다.
어둑해진 시골 마을 길을 뚜벅 뚜벅 걸어 오신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까지 내색을 하지 않아서
뭘 좋아 하시는지도 모른다.
그냥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마냥 미안타.......
밤은 깊어 까맣다.
밥상에 둘이 앉아 숟가락을 들고
따뜻한 밥 한 공기와 고깃국을 떠서 목구멍에 집어 넣는다.
사랑. 진실?
그런 말을 엄마에게 비유하지마라
사랑이어도 같은 사랑은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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