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마였던가 싶을 정도로 연일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후두둑 시원스레 비를 쏟아냈던 지난 주말. 두 아들과 사우나 가던 때 머리 위로 받쳐 들었던 둥근 우산에 전해지는 비의 떨림들, 손끝이 간지럽다. 아늑하면서도 정신을 일깨워주는 우산 안의 맑은 기운이 좋다. 흩날리고 내려오고 그리고, 씻겨내려 보낸다. 지금 내리는 비는 그때의 비가 아닌데 그때의 추억은 지금 이 비를 타고 내려온다?

 

 

3구간 : 호동마을 - 호동골 - 사리봉 - 월곡리마애여래좌상 - 노적봉 - 미왕재 - 구정봉 - 용암사지 - 큰골 - 대동제 (12시간???)

 

 

## 통증...

삶의 끝자락에서 후회하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지나온 흔적은 있는데 돌아갈 날은 없음에도 어느새 나이 사십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런 삶에서 오는 목마름은 시간을 갉아먹으며 내 삶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비워내야지. 욕심 부리지 말아야지. 하며 속으로 수없이 되뇌어 절재하고 다독거려 보지만 답은 없다. 그래 산으로, 산으로 가자.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놈이 있었으니... 갈길을 붙잡는 몹쓸놈의 허리통증이 몸에 제동을 걸어온다. 한 고개 넘을 때마다 앉아 쉬어야만 했다. 이주째 꼬박 허리란 놈과 결전중인데 도대체 이겨먹을 수가 없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심정.... 암담하다.

 

각설하고, 겨울과 봄의 교차 시기, 계절의 전이공간에서 느끼게 되는 새순의 싱그로움들은 아직 영글지 않은 채로 다양한 칼라로 돋아나 눈과 마음, 삶의 찌든 때를 벗겨 준다. 그 안엔 어리석은 내 생각 따윈 오래 머물지 못할 정도로 생명력은 넘쳤으니 초봄의 월출, 그곳은 신록의 도가니이다. 사리봉과 노적봉 능선에서 바라보았던 큰골 건너 초록의 산내음들이 나는 마냥 좋더라.

 

 

 

 

 

덕순, 지연, 세령, 창호, 기호, 효진, 정규.... 전날 인원을 체크 하던 중 돼지 소풍가는 해프닝에 덕순님의 심기가 불편하시다. 호동골 진입 후 급경사 대슬랩 구간을 치고 오른다는 것과 지난 북릉을 오를 때처럼 가시넝쿨과 잡목이 우거진 구간을 잘 견디어 오르면 멋진 조망과 함께 능선길은 아주 순조로운 산행이 될 것이라는 희미한 말을 남겨두고 산행을 시작한다. 다음 호동마을을 시작으로 우측 건너편 능선도 걸어 보리라. 옅은 호동골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도 사람의 손짓마냥 말없이 하늘로 솟구친다. 월출로 들어선 4월의 아침은 청명한 하늘이어서 다행스러웠지만, 사리봉을 시작으로 파릇한 봄의 향연에 마음이 취한다. 노적봉 정상에 앉아 있을 때 불어대는 바람과 몰려드는 구름이 심상치 않더니 정오를 훌쩍 넘겨 도착한 용암사지에는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대나무숲, 말 없이 서 있는 3층석탑, 마음이 파도를 일으킬 때 사람들은 저 탑을 수 없이 돌았으리라. 대숲의 흔들림처럼 바람부는 세상이 하 수상하고 시끄러워도 점심시간 용암사지의 너른 뜰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게 산속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초록의 에너지가 넘실대는 산 아래....

왕인박사 명품 길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이미 사그라들었건만, 산골짜기 바위틈과 울창한 나무숲에서 자란 산벚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장소와 위치에 따라 연초록과 어울리며 나름 조화를 이룬다. 산기슭에서는 진달래, 산벚, 엘러지꽃이 화사하고 곱게 피어 보는 즐거움을 더 한다. 큰골로 내려서면서 가끔 다람쥐와 눈인사를 나누고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바위 밑으로 흐르는 수정 같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12시간 동안 있었던 산이야기들을 풀어 헤치니, 아......!! 몸과 마음은 이미 바람처럼 월출에서 잠시 살다 왔노라.

 

 

 

 

 

 

잡다한 생각을 내려놓고 순수한 상태에서 마음 나누기에 그지없이 좋은 곳,

가을동화의 수채화처럼 눈빛 하나 그리운 날

매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매 내 시선이 잠시 그곳에 머물고

나는 차마 눈을 뗄 수 없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렵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효진님은 이번 산행을 위해 캠프라인 히페리온을 장만하였지만,

우여곡절~ 한 달 여만에 세상빛을 보게 되었으니

지금 오르는 산은 그저 뒷동산의 언덕일세...

 

 

 

 

봄은 초록의 빛깔로 찾아온다.

보리가 새파랗게 올라온 들녘

아직은 한적한 농로길

엥글에 담겨진 그림하나
아.. 너무 예쁘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

삶이 여유로운 순간이다.

 

 

영산강 넘어 무안 승달산이 보이건만

 

 

 

잡목 헤치며 올라오는 동안 가시에 찔려 맘고생 하는 중에도 몸은 개그를 한다.

당장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산을 오른다.

 

 

사리봉에 올라와 보니 하늘과 산 사람이 참 조화롭다.

나는 그들을 멀리 밀어 보고

 

 

다시 당겨도 본다.

밀당의 사람들~~ㅎㅎ

 

 

 

 

낼 모레? 오월이면 오바바 만나러 미국 가신단다.

산성대 1구간부터 이곳 3구간까지 함께 하면서 월출의 매력에 빠져 오바바 만나러 가기 싫다 하신다.

산을 넘겨 드릴테니 비행기표 저 주세요^^;;

 

 

 

 

 

 

 

빼빼로, 식빵, 누릉지, 깜밥, 튀밥, 멧돼지, 콩, 벼룩, 오야봉, 쫄따구, 막내, 삼촌, 매형, 손가락, 부처, 식탁, 주걱, 여시?...

저번 투구봉 산행에서도 많은 이름을 지어주고 왔는데 잘 있는지 궁금하다.

이곳의 바위들은 흩어져 있는 듯 모여 있고,

잡다한 바위가 얹혀지고 쌓여지고, 세워지고 놓여져 있다. 말 그대로 수석공원이다.

무명의 바위들에게 이름을 선물하니 내 마음이 풍요롭고 흡족하여 기분이 좋다.

 가는 길은 명품 길 다음 저 길을 걸으며 모든 것을 기억하려나 몰라.

 

 

 

영암 월곡리마래여래좌상

전체 높이 4.9m, 좌상높이 4.3m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49호, 월곡리마애여래좌사은 호동마을에서 동남쪽으로 약3km 정도 올라간 위치에 있다.

마을 주민들은 불상이 있는 계곡을 ‘서낭골’ 또는 ‘서당골’이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이 있는 암자를 ‘몽연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영암조에 ‘몽령암구재월출산(夢靈庵俱在月出山)’이란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암자가 몽령암(夢靈庵)으로 추정된다. 이 마애불은 용암사지(龍巖寺址)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이 위치한 구정봉과 마주하며 직선거리로 약 2.5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마애불이 있는 산정 밑으로 암벽을 뚫어 파 놓은 길이 9m, 높이 1.8m, 입구 너비 2m되는 동굴이 있다. 이 동굴 앞에 기와 편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 앞에 전각 형태의 수행 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 연대는 상호와 신체 표현 등을 볼 때 용암사지 마애불보다는 훨씬 늦은 고려 중기 이후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봄의 향연이다.

산벚나무의 꽃과 초록의 녹음이 짙어질 무렵

큰골은 지금 봄의 시작이다.

 

 

 

노적봉에 오면 저 밥상바위에 꼭 올라 서 보고 싶었다니..

소원 제대로 푸셨습니다.

 

노적봉에서 내려와 미왕재를 향하던 중 천황봉을 바라보다.

 

 

 

 

 

 

 

 

용왕사지 3층석탑이 세워진 어느 비탈진 곳에 진달래와 산벚이 조화롭게 피었기에

 그 모습을 담아보려 하였으나 사진속에 산벚은 사라지고 없다.

 

 

 

 

세상도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아 가건만

사람의 마음은 물줄기 처럼 처음으로 돌아갈 줄 모른다.

지난해 가을 같은 코스로 홀로 다녀왔던 곳이지만,

가을과 봄의 색은 전혀 다르다.

 

 

 

 

지금 모습 그대로 있으되,

섭섭한 마음이 들려거든

봄처럼 예쁜 오늘처럼

오색의 가을옷 입었을 때

이곳으로 다시 오고 싶다.

 

 

 

 


만물이 소생하여 파란 싹을 틔우고 풍요를 꿈꾸는 때,

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내며 피어나는 4월이야 말로 진짜 계절이 변화는 것이고

봄과 더불어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살아갈 때, 그날은 정말 아름다운 봄날이다.

 

그러나 우리의 4월은

천 개의 언어로 다 표현되지 않을 4월이기에

노란꽃과 리본 잊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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