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산과 나

장흥 천관산 억새 [2017.10.08]

별 사 탕 2017. 10. 23. 12:32















능선에 아름드리나무 하나 없어도

말없이 흔들리는 억새의 아름다움으로

없는 듯 가득 찬 남도의 산

그날은 13월의 어떤 아련한 날처럼 올랐고

알 수 없이 설레고 가슴 깊이 고뇌했던

그 하루의 아침 볕을 나는 잊지 못한다.

창백해진 내 심장이 얼어붙어 멈춰 서던 그 날

뜨거워진 가슴이 하염없이 울고 있던 날

차가워진 내 머리 위로 가을의 향기 밀려오던 날

결국은 익숙함에 길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할 시간을 창공에 던져버렸다.

그 아름다운 가을 길에서 작은 꽃과 들풀은

가을볕을 이불 삼아 드러누웠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먼바다로 몸을 띄우고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 마음 실어 보낸다.

들풀은 눕고 억새는 반짝이며 손짓한다.

 그날은 온통 파랑의 세상이라서

멀리 선명한 제주 한라산의 가을까지 훔쳐와선

가슴에 간직해 놓은 추억을 꺼내 되새김질함에 행복해 한다.

내가 보냈던 그 한나절은

포근하고 멋스러운 남도의 숨결로 가득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