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산과 나

해남 두륜산 [2017.09.16]

별 사 탕 2017. 10. 12. 22:54








넓은 하늘을 질러

멀리 날아가는 새를 올려다보다가

바람에 눕는 억새를 향해 입을 벌린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이제 알겠는데

냉담하고 무관심한 하늘은 여전히

여름을 넘어 완연한 가을로 들어서도

잿빛으로 가득하다.

그 하루는 원망도 존경도 없었다.

그리움도 없었다.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과 

삼층석탑으로 발끝을 돌려

두륜봉에서 만일재로 내려와

너덜길을 걷고 있는데

깊어짐을 느낀다.

계절에 순응하지 못한 나는 아직 정지해 있고 

서두르는 계절만 탓하고 있는데

천년을 살아온 千年樹천년수와 맞닥뜨린다. 

그 앞에서 시간과 생명을 측량해보는 것은

미물에 불과한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은 천년 빛을 잃지 말고 

잘 견디고 잘 견디어라.

산을 내려와 하늘을 본다.

오후 들어 햇살은 구름을 벗어나 

조금씩 조금씩 비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