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도록 강가에 앉아 노을을 지켜보았습니다.
솔밭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은 내 귀를 간지럽히며 나를 유혹 하였고
어린아이의 철없는 물장난에 이끌리고
재첩 잡는 촌부의 부지런함에 이끌려
모래 쌓인 강변을 걸어보았습니다.
발아래 무심히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멀리 산마루엔 해가 금세 지고 없더군요.
생각이 앞서가듯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세상일이란 내 자신이 지금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다가도
지나고 나면 그때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면 멀다고 느껴지고 만나면 그렇게 가까운 것을
며칠 만나지 못한다고 이토록 그리움만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그립다고 말을 하고 또 보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마음속에 그리움만 짙어갈 뿐입니다.
새로운 계절이 오고 꽃 피고 새 울어도
한결같은 마음 담아 걷는 길은 향기로운 꽃길이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합니다.
이렇게 그리운 날에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한 줌에 반하듯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그리움 지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깊어만 가는 이 그리움들...
당신이 너무도 그리운 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로지
당신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