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사색공감

기억의 편린

별 사 탕 2017. 3. 25. 05:08





산길 걷다 말고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를 쫓아 절집에 갔습니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대숲에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구름은 말이 없고

바람에 못 이겨 대나무는 흔들거렸습니다.

무언의 세상에 빠져들수록

침묵은 깊어만 갑니다.

마음속 온갖 상념은

기억의 편린이 되어버렸고

정리하지 못해 겉을 맴도는

차마 말로 다 표현 못 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리까


괜찮다

다 괜찮다

그래 얼마나 힘이 드느냐

힘들면 이곳에 다시 찾아오너라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나를 부르는 겁니까?


가난한 자여,

인생이란 촛불을 앞에 두고

차 한 잔 끓여 마시는 것과 같아서

진하고 그윽했던 향이 식으면 다 날아가 버리는

어쩌면 부질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느니

정해진 길 없고 정답도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욕심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인생 별것 없다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물질의 많고 적음에 달라지는 행복의 크기는

모두가 허상이고 허물이지만,

그래도 누구나 한 번쯤은

삶을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 인생 아니더냐

무심하고 무심하거라.


한 번 맺어진 인연에 연연하는 어리석음....

낙엽 떨어지는데 바람을 탓하겠습니까

나이 먹어 주름은 깊어가는데 세월을 탓하겠습니까

모든 것은 다 때가 돼서 그리되는 것이오

삶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내가

철없고 어리석어 그러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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