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사색공감

마르지 않는 유월의 기억

별 사 탕 2017. 7. 6. 13:04





NO1. 향수

나는 시골 태생이다.

자주 가는 형편은 못 되지만,

시골길을 거닐면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계절에 따라서 꽃이 피고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고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보던 그때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량없고 소박한 꾸밈없는 시골길과 녹색의 풍경이 나는 좋기만 하다.

운남 신월과 신안 지도읍으로 이어진 비포장 신작로 길 위를

군내 버스가 서둘러 달리기라도 하면

마을은 흙먼지로 뒤덮였고 세상이 온통 뿌옇게 변하던 그 길이

이제 향수로 나를 마냥 매료케 한다. 

무더운 여름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갔다 뗏목을 타고

멀리 칠산 앞바다까지 떠내려갈 뻔했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던 어린 시절이었고

가진 것 없어 바라던 바가 적었던 것인지

세상을 잘 몰라 겁 없이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았던 것인지

나이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목이 마른다.



N02. 아카시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절은 쉼 없이 변하고 있다.

녹음으로 뒤덮인 그늘과

어디선가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이 청량함이

모든 것들에 대한 위안이 될 수는 없지만, 

나르시시즘에 빠진 아침의 몽롱한 기분 탓인지

아카시아 잎의 싱그러움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려는 이 아름다운 빛깔에

나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NO3.  새벽산행

어둠이 걷히기 전 공기의 서늘함이 피부에 와 닿아

불안의 두려움이 다시금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산중에 홀로 있는 그 순간의 기쁨을 위해 아무도 없는 산길을 찾던 그 시간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묘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던 방황의 새벽은

다 어디로 갔더란 말인가

차디찬 새벽 공기가 가져다주던 설렘도

이젠 모두 현실의 벽이 되어 방 한구석에 주저앉히고 말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유년의 묘한 감정을 말이다.

중년의 모든 것은 현실이기에 불어오는 바람에 느끼는 감정 따위는

이제 저 깊은 심연에 내팽겨진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NO4.  새벽

이른 새벽

고요한 마음 가라앉히고

그리움인 듯 바라보았던

그리 높지도

특별할 것도 없던

구름 덮인 양을산

차분한 그 새벽이 참 좋더이다.

비는 내릴 듯 아니 오지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아라.

내리는 빗방울

고이는 빗물처럼

고였다 말라버리는

순간의 헛됨이여

지나고 나면 너무도

사소한 일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서운해하는 욕심

그건 짙은 친밀감과

버리면 안 될 애틋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소함이 때로는 커다란 울림으로

나의 감정을 지배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오늘은 내 마음속에

당신이 차분히 내려앉은 날

바람 부는 날이면

키 큰 미루나무가 춤을 추는...

그래서 그 나무가 보고 싶은 날

고요함 속 당신은

바람이 불어오듯 문득문득 생각납니다.


NO.5  6월에는...

옛정을 더듬어 찾아간 어릴 적 내 기억

안쓰러움의 화려한 유월이여

아무리 바빠도 망중한 시간을 보내며

유월의 풍경 안에 있곤 하였는데

그래도 눈은 먼 산을 바라보고

마음만은 메마르지 않으리

농익은 더위를 꺾을 장마라도

바람 한 번 시원스레 불어줬으면 싶은데

비러머글 유월의 날씨는 미동조차 없다.

이른 아침 한 시간을 채 달리지도 않았는데

더위 탓인지 아직까지 몸이 식지 않는다.

유월에는 아버지가 논두렁에 심어놓은

키 큰 미루나무 잎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오늘

유독

그 논과 나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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