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곳/산책길

소리 없는 길 화암사

별 사 탕 2017. 2. 10. 13:15





화암사 花巖寺, 내 사랑


                                              - 안 도 현 -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싸늘한 숨결에서

어제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며칠 있으면 끝날 겨울인데

아직 옷깃을 더듬는 바람의 손길이 차갑다.

완주 화암사 절집 가는 길은

고즈넉한 산길도 아니요

낭만 없는 길인 건 분명한데

누군가는 몰래 찾아올 정도로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감추고 싶어 했던 그 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삶이 힘들고 고뇌로 가득할 즘

나는 우연히 산사를 찾게 되는데

숲에 몸을 맡기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마음속 이야기들 속 시원히 털어놓고

술 한 잔 기울이며 괴로움 달래고 싶어도

마땅히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에 대한 위안일까.

화암사 가는 길

막막하고 그 아득한 산세...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빈 하늘 하얀 구름

바람에 흔들거리는 빈 나뭇가지의 슬픔은 가득하다.

그래서 발 들여놓으면 쉽게 알려주고 싶지 않을 만 하다.


겨울바람 불어대는 불명산 기슭에 자리한 화암사

극락전 '하앙'의 특별함에도 세련된 멋은 없지만

정갈함이 깃든 절집인 것만은 분명하다.

극락전 마당에 떨어지는 햇살과 불명산 자락의 하늘금에

시간을 잊고 세상을 잊고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침묵 속에

노스님이 기거하는 양지바른 툇마루에

오후의 지는 해를 보며

잠시 앉아 있어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