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곳/산책길

경북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2016.10.02]

별 사 탕 2016. 10. 18. 18:02



동이 틀 무렵 고요한 아침을 여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희뿌연 태백산 줄기를 바라보고 싶었다. 

어느 때부턴가 동경의 대상이 돼버린 경북 영주 부석사, 그리고 안동 봉정사...

가을로 물들 무렵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뜰 앞에 서 있으면

월출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

 해질녘 극락전 뒤편 대숲에서 들려오는 사각이는 소리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풍경소리에 실려 오는 아늑함과 함께...



목포에서 부석사까지 거리가 상당한지라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곳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밤이 늦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이른 아침 이별하고 나는 영주 부석사로 향한다.

은행나무 숲길을 걸어갈 때 조금만 더 노랗게 물들었으면

그 운치는 내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견줄 만할 텐데 하는 아쉬움을

빠알간 홍옥 사과 한 봉지를 사는 것으로 마음 달래며

은행나무 길을 걸어 사찰 경내로 들어선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한국 전통 건축물에 대한 형태와 배치,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접하다 보면

부석사가 얼마나 명성이 있고 아름다운 사찰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목조건축물 무량수전은 오랜 역사적 의미가 담져져 있지만

그것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가까이 다가서면 경이로운 그 모습에 탄식을 자아낸다.

무량수전 오른편 언덕으로 이어진 산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면

장쾌하게 뻗은 소백산 줄기의 인상적인 마루금이 보이는데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장관이 연출된다.

사찰 가람배치 그리고 배흘림의 곡선미가 뭐길래 나를 이곳까지 오게 하였는가.

태백산 줄기를 타고 내려와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부석사...

고요함이 깃든 곳이라면 마음 하나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안동 봉정사 극락전>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축물 안동 봉정사 극락전으로 서둘러 향한다.

이곳 먼 곳까지 왔기에 이왕이면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집으로 갈 시간이 촉박해짐을 느낀다.

점점 빨라지는 걸음으로 시골 농로를 따라 핸들을 잡고 가지만

입장료를 지불하고 숲길로 들어선 순간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사찰 경내로 들어서는 높은 돌계단에는 아무렇게 자란 풀들이

돌바구니 틈 사이사이로 솟아 있어 처음 이 절을 찾는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인상을 심어줄 만한 절은 아니며 게으름을 탓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봉정사 가이드에 의하면

문화재청과 안동시는 봉정사를 포함하여

한국의 전통 산사(7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고 전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가상하다.


** 세계유산 잠정목록이란,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보호에 관한 협약’ 및

동 협약의 이행지침에 의거하여 운영되는 제도로

각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유산에 대해

이행지침에 의거한 소정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유네스코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 잠정목록으로 등재하는 제도이다



어느 가을날

나는 그 소박한 봉정사 길을 걷고 있었다.

가을은 그렇게 내 입안에 머물다 다시 내뱉고

몸에 스미더니 어느새 보약든 것 같이

내 몸이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가을이 다시 몰려온다면

나는 또 어디로 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