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곳/산책길

그리운 섬 제주도

별 사 탕 2016. 8. 9. 10:45



우도에 가고 싶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을 벗어나 꿈을 꾸었다.

언젠가 자전거 두 바퀴에 올라 타 막연히 떠났던 길

그런 추억이라도 잊지 않고 남아 있어서 다행일까!



여름날 햇살 가득 안고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그윽한 향기 날려 보낸다.

낮은 돌담에 숨은 이야기
바람에 솔솔 향수를 뿌린듯이
풍겨오는 은은한 바다 냄새

코끝에 전해오면

아름다운 여행길 떠나련다.



여름이 오는 소리

발길 닿는 소리

흥겨움에 신음하는 소리

그동안 겉으로만 돌던 제주였는데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날은

맑은 하늘 푸른 칠월이었고,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구름과

제주의 파란 바다는

즐거움의 세상으로 나를 안내한다.



파란 바다

울타리 넘어 수평선에 머문 눈동자



육지는 바다와 가까워 하늘로 오르고 싶었나 보다

섭지코지에 오면 하얀 등대가 보이는데

그 아래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풀을 눕히고

하늘에는 수채화가 그려진다.



하늘이 맑게 개인 오후

언덕길을 오르는 두 연인의 앞길에

바람이 분다

서서히 물결처럼 밀려들어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가슴의 심한 떨림....



저물어 가는 해를 향해 새들이 날개를 펼치듯

활시위 당겨 솟구쳐 오르고 싶은가 보다.

떠나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창공의 빛깔...

저곳을 여행할 수 있는 때는 오직 그것뿐

새는 유유히 날아올라 내 심장을 쪼아먹고

먹다 남은 내 심장은 바람에 흩날리겠지

돌이킬 수 없는 것들

그것을 가슴 아픈 기억뿐이다.



그동안 내가 바라보던 수평선은

하나의 선이었는데 이곳 김녕은

물과 하늘 그리고 투명한 바다가 있다.

사람은 말을 하고

바다는 그 말을 토해 낸다.

뱅뱅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빠르게 돌려대더니

곧 저녁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바람 한 점

오토바이 하나

일상을 멈추고 잠시 찾아온 칠월의 바닷가

물질하던 해녀도

모르는 사람도

우도에서는 모두가 다 친근해진다.



막연히 가고 싶은 곳

시가 있고 수필이 있는 곳

우도에 가면 한순간 휘갈겨 써도 시가 된다.

강요하지 않아도 풍경이 되고

슬픈 사연을 묻어 버리기 좋은 곳

가고 싶은 섬 우도.



하고수동 앞바다에서

시원한 땅콩아이스크림 한 입 털어넣으며

바다 한 번 쳐다 본다.

경계가 없는 파란 에메랄드빛


 


배 타면 마음이 설렌다


                - 이 생 진 -


배타고 우도로 가는 것은

수십 년 찾아 해맸던

행복의 나라로 가는 것 같아서

축배를 들기 위해 자판기를 누르거나

캔 맥주 하나쯤은 따야

 

우도로 가는 길은

마음이 터질 것만 같아

 

새파란 신랑도 아니면서

신랑 같은 바닷물을 타고

신나는 신부도 아니면서

신부 같은 설렘으로

 

우도로 가는 길은

숨겨둔 꽃을 찾아가는 나비처럼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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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 오면

하늘하늘 아지랑이를 따라

바닷가를 거닐고

들꽃에게 말을 걸고

파도의 시를 듣고 싶다.

제주에 오면

이생진 시인의 넘치는 우도 시심이 부러울 뿐이다.




눈부신 하얀 백사장이 아름답다.

국내 유일의 산호모래 해변에 깔린 모래는

여느 바다와 같은 모래인 줄 알았는데

한 움큼 집어 손바닥에 펼치니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허망한 데 던지는 마음

넉넉치 못해도 먼저 감사를 찾아내려 애쓰는 마음

서빈백사에서 짤막한 생각을 토해낸다.



우도

                                              - 이 생 진 -


끊어졌던 물이

서로 손을 잡고 내려간다

헤어졌던 구름이 다시 모여

하늘에 오르고

쏟아졌던 햇빛이 다시 돌아가

태양이 되는데

우도는 그렇게

순간처럼 누웠으면서도

우도야

우도야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해 질 무렵 바람이 불면

용눈이오름에 올라 시들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바람에 흔들거려 풀이 눕는 것이 좋아

나도 아무 데서나 눕고 싶었으니까



그윽한 향기에 취해서 방긋이 웃는다.
웃음이 가득한 그들의 자태는 순결하다.
실바람 타고 온 신혼의 옷자락
하늘하늘 거리듯 화사한 모습

도취되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넋을 놓은 듯 아름다운 모습을
훔쳐 보며 서 있고 싶었다



나는 내 모습이 그렇게 어색할 수 없다.

표정, 몸짓, 걸음걸이, 말투, 목소리...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든 게 없다.

그러나 손은 거짓이 없다.

주름지고 검은 손이지만

맞잡은 손은 정겹다.

내 스스로 내 인생의 야윈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어줄 때

손은 손을 잡을 때

가장 순하고 아름다운 손이 된다.

뒤에서 위로해주는 손...

어설픈가?



나무 한 그루 없는 언덕을 오른다.

바람은 불고, 살결은 부드럽다.

초원의 언덕은

돌처럼 단단하기보다는 살결처럼 부드럽다.

돌이 되기보다 흙으로 덮인 언덕이 좋다.



해질녘 언덕에 올라

당신이 보고싶다 말하면

아침의 이슬처럼 사라질 것 같아


쓸쓸히 혼자 있는 시간

당신이 그리웁다 말하면

석양의 노을처럼 슬퍼질 것 같아


하늘로 돌아가는 빛의 천사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삭혀낼 때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을 내지만

나는 말도 못한 채

장미향이 연기가 되는 것을 걱정하면서

형체도 없는 바람의 끝을 움켜잡고

작은 주먹을 오랫동안 펴지 못하였다.


석양빛으로 물든 하늘이 생각나

그날 밤에는 등불 하나 내어 걸었다. 




바다는 심신이 지친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목마름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해맑고 티없는 미소를 보낼 때
내 마음은 정화되어

정신은 지고한 순수로 다시 태어난다.


제주에서 보낸 3일

기억을 더듬는 동안에

입추(立秋)가 지나가 버렸다.

여름도 이제 이별하려 한다.

그리고 다시 맞이하게 될 만추

한 줄기 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낙엽이 생각나

어느 가을 길을 먼저 걷고 있는데

날 저문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고

여인의 속눈썹 같이 노란 달은 가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