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곳/산책길

거제도 바람의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 해금강, 남해 다랭이 마을, 2016.04.16]

별 사 탕 2016. 4. 21. 12:46



산마루가 그리워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점심 무렵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에

눈을 뜬 시각은 새벽 3시

월출 출발을 앞둔 시간은 4시,

밤을 그렇게 태웠는데도 산중은 아직 칠흑 같은 밤이다.

그날 어둠 속 묘비 앞을 휘감아 도는 바람 소리가

다들 싫었던지 몸이 얼음처럼 굳어 좀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도 한자락 햇볕과 한자락 바람소리

봄 길이 주는 모든 걸 보고 듣고 싶었는지

자동차는 비구름을 따돌리며 동으로 향했다.

보여지는 것은

풍경과 바람,

하늘

바다

그리고

흐릿한 기억과 사진과 그리움이다.

한 폭의 수채화를 마음에 넣는다.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선

나도 한 폭의 수채화이고 싶었다.



서로에게 아무런 동의와 결정도 없이

계획에 없던 경남 거제도 바람의 언덕까지

구름을 따돌리고

바람을 따돌리고

비를 따돌리며

각자 떠멸려와선

잠시 풀밭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온몸을 날려버릴 듯이

바람이 불던 날

바람이 보고 싶어

바람이 있는 곳에

바람을 만나러 간 곳.

그 언덕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언덕 길을

환상 속을 거닐듯 산책에 나선다.



고요히 내려앉은 저 하늘 그림자 앞에선

나의 외로움이 반영이 된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움을 남겨 두고 떠났다가

또 다시 돋아나는 들풀은 바다가 지겹고도 싫겠지



먼 바다

먼 하늘

조각 섬 하나를 바라 보는

애달픈 그리움에 시린 내 마음



쓸쓸한 길을 걷는 허전한 발길

호젓하고 적막한 길을 걷다 다시 멈추기를 몇 차례..



 고단한 내 발걸음 가던길 멈춰 세우니

작은 그리움 하나에

밀려오는 구름까지 애처롭다. 

기울어져만 가는 저 고운 바람의 언덕에는

나의 발자취가 뚜렷하다.

 문득 스쳐오는 가슴 아린 추억과 고운 마음도

 이곳에 다시 찾아오면 오늘이 남아 있으려나.

 


해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우제봉에 올랐다.

동백숲은 붉고 푸르르다.

밝은 웃음만큼이나 세상은 평온하고

거제 바다는 고요 속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이웃 나라는 지각의 뒤틀림으로 지옥 소굴처럼 어지럽다고 한다.

우제봉 정상엔 불로초의 흔적은 없고

사람의 발길만 끊이질 않는다.



말없이 흘러가는 저 물결처럼

외로운 내 가슴 속,

나비와 함께 심연의 골짜기로 흘러드는 것은 무엇인지...

 


바람에 흐느끼며 대기에 뿌려대는 저 허브의 진한 향기처럼

처연한 내 가슴 속

구슬픈 가락으로 흐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산마루 그리워

굽이굽이 오르는 다랭이 마을 길

오르내리는 거친 숨결에 한 줄기 바람이 분다.


비는 내리고

차장 밖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저 하얀 파도에

애타는 내 마음을 살그머니 썰물에 실어 보내면

그리운 이에게 언젠가는

내 마음

내 심장의 소리

전해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