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잦아들 무렵

나는 아름다움이 머물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바다에 빠지고 싶다.


<바람과 바다>


이런 곳이라면 근사한 편지지에

그리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곳에 잠시 눈을 둘 수 있는 길에서

푸릇한 향기로움은 병든 나를 치료하고

향기로움이 무엇인지 귀에 대고 속삭여 줄 것만 같다.

시큼한 바다내음에

이름 모를 풀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 어떤 시름도 다 잊어지는 곳...

꿈속에서 바다를 걷는 듯

제주 송악산 올레길 10코스에서

한적하면서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어느 봄날의 꿈을 찾아 움직인다.



내 코끝을 자극하는 것들이 있어

내가 살아 있다는 이유가 되고

아늑한 풍경에 있어 나는 행복하다.


<송악산 올레길>


나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다로 달려 나간다.


내 눈물같은 바다

바다가 간직하고 있는

그 눈물 양만큼 흘려버리고 나면


막힌 가슴도

시린 마음도

모두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방산과 바다>


싱그러운 초록빛과

파랑의 물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한자락

그리고 누구에게 방해 받지않고

맥없이 울고 싶을 때

저 바다에 속울음 터놓고 돌아온다.



살아가면서

늘 아름답고 좋은 일만 있겠는가

누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누가 나와 눈 맞춤하지 않아도

저 풍경 하나만 있으면....

내 앞에 늘 펼쳐저 있었으면 좋겠다



푸른 빛이 파랑의 세상을 향해 갈라진 오월의 바다

날씨는 좋고 바다는 시원하다.

올레길 10코스에는 예쁜 편지지도 마음 따라 온다.

아무곳에 앉아 편지지를 들고

어떻게 써내려가야할지 고민에 빠진 달달한 하루

산방산 넘어 한라산의 연분홍 진달래 꽃길도 그러하거늘

바람에 민감한 눈동자만 시린 가슴 달랜다.


<형제섬>


마음을 여는 순간 바다가 열린다.

봄인 척하는 걸까

여름 바다만큼 따뜻하다.

네가 파랗고 예뻐서 하늘이 맑아 보이는 건지

하늘이 맑아 네 기분이 좋은 건지

알기 힘들 정도다.



<追憶추억......>


언젠가 지나왔던 길 되돌아볼 날 있겠지?

꽃은 더 오래 피어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

꽃은 매번 피었다 또 그렇게 지지만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것을 보면 

꽃도 우리에게 인연이었다 말하고 싶은가 보다.

화려하게 피었다 처절하게 지는 것이 꽃이라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찰나가 아닌

질긴 인연이어서

헤어질 때는 꽃보다 더 허무할 때가 있다.


먼발치에 있는 듯해도

보지 않는 척 듣지 않는 척,

이내 우리 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이

어느 순간 밀려오고 떠나가는 바다는

내 흔적 하나 남기려는 발을 눈여겨보더니 집어 삼켜버릴 태세다.

바람이 잦아들 무렵 다녀왔던 길을

회상하고 기억하면서

追憶 또한 가슴 속에 오래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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