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만 도리포항에 해가 솟구치면
바다건너 영백염전은 소금에 절여진 갯내음
한 움큼 떠다 이곳 도리포에 보내오니
구월의 시린 가슴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밤새 둥근 달은 하늘을 밝히고
달밤의 잔영 탓인지
희미한 별은 아직 사라질 줄 모른다.
나는 실상 해 보다 달이 좋고
달 보다 아침이 좋다.
시골집 조그만 골방에서 느끼는 고요함
고개를 쳐들면 창문 넘어로 보이는 달빛
방 안으로 들어오는 달그림자
넓은 앞마당을 지켜서며
담장 위로 훌쩍 커버린 대추나무
무화가 나무에 걸쳐진 둥근 달을 보며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시간
모든 것은 익숙하지만 새롭다.
그날 새벽은
바다가 그리워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아니, 아침의 태양이 그리워서였다.
외로움에 잠을 설쳐대던 그날 밤
방 안은 많은 생각들로 가득하다.
아침바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
쓸쓸함이 더 해 갈 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외롭고
가장 슬픈 사람으로 살다가도록 태어났나 보다.
내 모두가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귀하고 넘치는 사랑도
곁에 있으라.
찬란히 빛나는 아침
호젓한 이 바다에
홀로 눈시울 붉히고
나를 위로하며
기다림이 있는 삶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고향의 하늘과 땅과 사람
눈과 비와 바람, 그리고 흙
소탈한 풍경에서 전율을 느낀다.
아침볕의 간질거림에
나는 뒷짐을 지고
밭길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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