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곳/산책길

두 바퀴로 달리는 가을

별 사 탕 2015. 9. 14. 22:20

 

 

 

사랑까지도 편안한 계절
길가의 억새가 눈부시다.
작은 창 넘어로 보이는 하늘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음도
이 계절이 주는 축복이기에 모든 것에 감사하다.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어도
가을 햇살이 잔잔히 비추는 나른함이 있어
나는 아직 숨을 쉰다.
휴일의 마지막 날,
자전거의 얇은 두 바퀴로 산에 올랐다.
가을바람이 내 마음 깊숙한 곳을 헤집는다.
산바람에 스치는 땀방울을 떨쳐낼 때의 쾌감이란
피로한 근육의 아우성을 위로해주고도 남음이다.
터질듯한 허벅지와 종아리...
높은 산에 올라 세상을 둘러 보는 시간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닫기 전에
이미 땀방울은 소리 없이 흘러내린다.
바람은 불어오고 들꽃은 눕는다.
바람이 부는 언덕은 나를 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