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래 영암 마을을 밝히는 불빛은 화려하지만,
월출산 구정봉에 내비취는 달빛은 밝고 청초하다.
추악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어둠
영혼의 울림이 있는 이곳
아무것도 없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 했던가
많이 베풀고 사는 삶 이었으면 좋겠다는 말
못 가진 자의 슬픔
베풀고 싶어도 베풀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달빛에 우는 차가운 바람,
그 소리에 울 뻔하였다.
구정봉 올랐던 길 안개는 짙어지고
키 작은 풀잎은 은색 달빛을 머금었으니
내일 아침이면 해로 돌아갔으리.
귀뚜라미 소리에 벌써 가을인가 싶어
어두운 하늘을 보니 달은 휘엉청 밝고
구정봉 물구덩이엔
여름에 보았던 개구리가 아직 울고 있다.
마음은 가을바람처럼 스산하다.
구정봉 너른 바위에 누워 본다.
둥근 달을 보니
오히려 새벽 산새 소리가 그리운 마음 하나
언뜻 잠 깨우면 은은한 달빛 하나
바람에 마음 졸인 갈잎 하나
등허리에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가 좋은 밤
포기대로 덮은 몸둥아리들...
그들의 밤도 나와 같았으려나
구정봉 앞마당에
또 하나 남을 내 달밤이여!!
힘든 하루를 마치고
하늘에 기댄 늦은 밤.
구수한 라면 냄새가 좋다.
베트남산 커피향이 좋다.
쳐지는 몸을 달빛에 의지하며 졸고 있는 나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은 삶
사람살이란 아등바등할 일 아닌
욕심내지 말고 베풀며 살아가라지만
어련히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
미련 없이 툭툭 털어내고
석양의 무법자처럼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늦은 밤 달빛에 취해 있는 나는
달이 기우는 것처럼 세상이 자꾸 삐딱하게 보이니
살아갈수록 심술만 느는가 보다.
아이고.. 그놈의 달은 참 밝기도 하여라.
2015.08.28 구정봉의 별 하나와 별 둘,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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