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와 노을 꽃은 아름답다. 살다보니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에 지천이다.
내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과
빈 껍대기 감정을 지워 보겠다는 일념으로 산으로 향한다.
아침의 검푸른 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솟구치길 바라며 천관산에 올랐는데
이 또한 뜻한대로 되지 않으니.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고 쉽게 얻으려는 모든 것은 한순간 떠나가더라.
바람이 여름을 밀쳐내고 가을을 주저 앉히는 날,
오늘 창밖에 비가 내렸다.
태풍 고니의 북상으로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채고
가녀린 잎파리를 훑어낸 후 길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창가에 얹혀진 빗물이 하염없이 흐르다 그리움까지 토해 내더니
결국 눈물로 흘러 보낸다. 오늘은 그런 날이가 보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내 가슴 창가에도 그리움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세상은 고요하다.
고요하고 적적한 것은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의 틈에서 지난 밤 미쳐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는지
산 아래 불빛은 밝고 선명하다. 소리 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구름 속에 숨은 초승달도 아직 아무 미동이 없어 못내 서운하다.
그래서인지 달의 숨소리를 듣고자 했던 것도 무심이었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하늘이 가려도 무심이고자 하였다.
산중에서 맞이하는 고요 속 침묵은 나를 깨우치게 하고
지난 날 나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미인 마타리꽃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사랑은
지나가는 과정이 너무 아프기도 하고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되기도 하며
빛바랜 옛 사진이 되어 미소짓게 만들게 한다.
사랑은
상처를 주면 너무 아파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랑이다.
그래도
먼 발치에서 기다려지는 게 사랑이기도 하다.
일년의 절반을 훌쩍 넘겨 가을을 준비하는 때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
난 무엇으로 결실을 맺을까 자문자답 해보며
늦 여름과 이른 가을 새벽하늘 어느 산 골짜기에서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만 멀거니 쳐다 보고 있다.
내 귓전엔 겹겹히 쌓인 허한 마음...
산 능선만이 마음을 이해하더라.
이른 가을의 한가로운 때
소꼴 베다 풀밭에 누워서 갓 베어낸 풋풋한 풀내음을 맡으며
바람에 실려 유유히 떠가는 흰 뭉게구름을
아무런 생각없이 바라보던 그때가 몹시 그립다.
늦여름 천관산에서 보낸 아침은
담백한 하루였으며
하산길 더덕이 내뿜는 향기를 찾아 눈알 빠지도록
뱀처럼 풀숲을 더듬거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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