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과 상실...칠선골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지리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칠선계곡 대륙폭포를 치고 올라 광대한 지리능선을 굽어 보았던 영랑대, 두 발을 내딛었던 그때의 그 감흥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음.... 그때 내가 보았던 초암능선의 골짜기는 마치 한폭의 동양화와 같았으며 내가 붙잡지 않아도 산이 나를 붙잡아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우수운 형색이 되버리고 말았는데 메마른 감점을 가진 어느 사람일지라도 그곳에 있는 만큼은 산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을게야...!!
단풍 떨어지는 소리 마저 향기로운 때 지난해 그 감회가 쉽게 잊혀지지 않아 다시 너를 만나야만 했다. 다행히 태풍은 일본으로 우회하여 돌아섰지만 간접적인 영향으로 많은 비와 바람이 불어 올거라 예상 했었고 깊은 골을 찾아 떠나는 나의 심정을 이해 하리라 믿었다. 간절함이었는지 칠선에 들어선 그날은 바람도 적당히 불어 주었고, 하산길 두지동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타들어가는 갈증을 참아 주었던 빗줄기가 고마웠다.
경남 함양 추성리에서 출발하여 칠선계곡과 험준한 산사태 지역 우골을 거슬러 목적지 재석봉에 오르니 하얀구름은 온산의 짙은 명품 오색 빛깔로 그 아름다움을 더 하였고, 8개의 발이 꿈틀거리는 세발낙지 1접은 빨간 초장 옷을 한순간 입더니 어느새 에너지로 탈바꿈 하였다. 세발이는 풀린다리 힘차게 오를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고, 결국 세발이도 지리산에 동반 입산 할 수 있도록 내가 허락 하였으니, 세발아~ 네가 지리산을 아느뇨? 분명 사람의 힘을 빌어 함께 하고 싶었을테지만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구나.... 대륙폭포 입구에서 오전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던 그 세발이가 긴~~~하산길 그토록 배고팠던 창암능선 숲길에서 얄밉도록 오전의 기억을 더듬게 하더니 결국 빵으로 보이더라. 사실 나는 세발이를 즐겨먹지 않는다. 그러나 소금물에 적당히 절인 듯 간간하면서 새콤한 맛의 옷을 입고 젓가락에 달라붙어 꾸물대는 세발이의 맛이 이제는 그립기까지 하다.
어찌어찌하여 천대받는 곰과 고품질 애교 사향노루, 일곱선녀의 삼각관계? 전설이 깃든 선녀탕이다
결국 산 아래 어디로 떠날 것이지만 이왕이면 더 붉게 더 화려하게 꽃 피우다 가거라
바람에 떨어지고 흩날려 칠선의 창백한 푸른물에 떠밀려 가지만 말고 따스한 솜이불 같이 썩은나무 밑둥에 내려 앉아 생명의 기운 복돋아 주렴
땅에 드러누워 새벽안개 피어날 때 위를 쳐다보는 삶도 괜찮지 않겠니?
칠선폭포에 찾아든 가을...
무엇이 그렇게 즐겁더냐?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이 세계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 속을 내가 걷는다는 것이 나는 즐겁도다.
산을 노래할 수 있어서 즐겁고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나는 즐거운 것이다.
대륙폭포에서 쉼없이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무엇을 짓누르고 짜내어 흘러 내리는 것인고 !!
<<숲속을 걷는 사람들>>
뚜벅뚜벅 걷는 행위는 반복이다.
걸음의 행위는 발걸음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그 길이는 같지가 않다.
우리의 삶도 매일 반복되는 미묘한 차이의 일상이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른것은 특별한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낙엽은 지는데 소나무 솔잎은 푸르르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추운 겨울이 찾아와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추운 겨울이 오지는 않았지만 떨어진 낙엽 위의 푸른 소나무를 보면서
나는 추사(秋史)가 생각나더라
마지막 난코스 우골 산사태지역....
발 하나 잘 못 헛딛으면 큰 일이다. 산사태지역을 뒤따라 네발로 눈물로 올라오시는 모습이 가히 스멀스멀 하다고 말해야 하나???
평화로우면서 아름답도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숲속의 사람들,
펼쳐진 풍경에 따라 스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하루의 일상,
사진으로 남겨진 발걸음을 보며 길 위에서 행복을 느끼고 회상으로 빠져든다.
또 언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리운 칠선산행은 내일 또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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