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일지라도 가끔은
창가에 내려앉은 가녀린 햇살 한 줌이 따숩다.
지난 밤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렸고
세상도 하얗게 변했다.
작은 마음들이 빚어내는 하이얀 절정을 보았고
침묵으로 치닫는 덜컹거리는 세상
눈부신 하루 속으로 들어갔다.
구름이 가는 곳이라면
바람이 따랐고
마음은 어디든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몸이 자유롭지 못함을 뉘 탓하랴.
남김없이 벗기고 간 홀가분함에
추운 겨울은 싫다가도 좋고
바다까지 흐를 감정의 기폭에
가끔 장대비처럼 눈물을 쏟아낸다.
하이얀 월출
환희의 기쁨으로 매달려 피는 꽃
매서운 칼바람과 맞서며
수줍은 듯 피어난 설화
눈부신 햇살로 내일이면
다시는 이곳에 없으리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감격스럽다.
꽃이란 꽃을 모두 시들게 만들어 버리는 겨울이지만,
땅속에 감추어둔 씨앗과 뿌리로
봄이면 향기로움 다시 뿜어내리라.
내 인생길에도
사분사분 겨울이 밀려드는가 보다
눈 녹아내리듯 홀가분하게
더 많이 내려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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