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人生)은 1604년 서산대사가 입적 직전에 읊은 詩 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도 활약하였던 서산대사 휴정 스님은 묘향산의 자그마한 암자인 원적암에서 85세의 나이로 앉은 채로 입적하였습니다. 서산대사는 1520년에 태어나 9세 때 모친을 여의고 이듬해 다시 부친이 별세해 아주목사 이사증의 양자로 들어가 15세 때 과거를 보았으나 낙방하여 산천을 유람하다가 숭인(崇仁)스님의 권유로 불교 공부를 시작해 5년 후 출가하여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인생 (人生)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간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 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겁니다.
삶이란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스러지다:희미해지면서 스스로 없어지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다.
고승의 법문이라 장엄합니다.
생야일편부운기요, 사야일편부운멸이라...
오늘도 뜬구름 한 조각 하늘을 흐르나니...
서산대사가 남긴 위의 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하였는데 그 중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 하여 삶이 영원하고 부위영화를 누릴 것 같은 인생이지만 결국 한낱 먼지에 불과한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기에 잠시 머물다 가는 삶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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