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한국보도사진전 피쳐 부문 최우수상 ‘빗방울 속 해바라기 축제'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한용운 시
죽은 줄 알았던 매화나무 가지에, 구슬 같은 꽃방울을 맺혀 주는
쇠잔한 눈 위에 가만히 오는 봄기운은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밖에 다른 하늘에서 오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모든 꽃의 죽음을 가지고 다니는 쇠잔한 눈이 주는 줄을 아십니까.
구름은 가늘고 시냇물은 얕고 가을산은 비었는데,
파리한 바위 사이에 실컷 붉은 단풍은 곱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풍은 노래도 부르고 울음도 웁니다.
그러한 자연의 인생은 가을바람의 꿈을 따라 사라지고
기억에만 남아있는 지난여름의 무르녹은 녹음이 주는 줄을 아십니까.
일경초(一莖草)가 장육금신(丈六金身)이 되고, 장육금신이 일경초가 됩니다.
천지는 한 보금자리요 만유(萬有)는 같은 소조(小鳥)입니다.
나는 자연의 거울에 인생을 비춰 보았습니다.
고통의 가시덤불 뒤에, 환희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하여 님을 떠난 나는
아아 행복합니다.
일경초(一莖草) : 한해살이 풀,
장육금신(丈六金身) : 金身은 佛身이며 身長이 1장6척이기 때문에 장륙금신이라 한다.
풀 한포기가 부처의 몸이 되고 님의 몸이 한 포기의 풀이 된다.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행복의 낙원이 오며,
불교에서는 '나도 없고 부처도 없다'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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