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랑 /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이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가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 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 봐
오늘도 말 안 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 번도 말 안 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 - - - - - - - - - - - - -
먼바다 출렁이는 파도
그리고 하얀 포말과 함께
밀려온다 넘어온다
뱃속의 온갖 잡것들....
가을 낙엽 분분히 떨어지면
누군가 보고 싶은 마음
더 간절하게 느껴짐인데
사~알짝 내민 햇살,
짧게나마 바람이 솔솔 불어
가슴 후련해짐을 느끼는 11월이다.
삶의 틈마다 시린 마음들...
흑산도 일주도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오르막이 숨통을 죄어와도
그건 고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환희였고 즐거움이었으니 말이다.
다음 가는 곳 어디로‥라고 묻는다면
그날처럼 발길 닿는 대로‥라고 답해도 되려나?
사는 것이 마음대로‥ 였으면 좋겠는데
생각처럼 삶은 녹록하지가 않다.
바람이 부는 날 유달산에 오르면
수평선 넘어
저 먼바다 높은 파도 너머에 있을
흑산도를 바라보겠지.
좋은 추억 속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천도천색(千島千色)의 행복
가슴에 새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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