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로 향할 무렵의 아침
몇 겹의 산자락에 내려 앉은 구름
강둑 넘어 멀리 운무 낀 하늘은 평화롭다.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더니
어느새 한데 모여든 물방울에
초록빛 애달픔은 더 한다.
그날처럼 비가 오는 아침에는
조금은 사치스럽게 여유를 즐기고 싶고
맑은 날 잊고 살았던
옛 기억을 더듬어 꺼내볼 수 있는
비가 오는 아침이 좋더라
밤사이 내린 비에 세상은 젖어 있다.
장마 때문에 하늘이 맑은 날을 손으로 꼽는다.
해가 떠오를 무렵
약간은 흐린 듯 하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그래서 마음이 더 조급해지는 시간
가끔 휴식을 필요로 할 때면
잠시 일손을 놓고 바다로 나간다.
도착 후 맑게 개인 하늘
세상은 파랗다.
시원한 바람에 묻어오는
싱그러운 바다내음, 짠내음...
가슴의 울렁거림들..
두 팔을 벌려 높이 뛰어도 보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가느다란 모래알을
한움큼 집어 본다.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수인지교 년중 행사 중 하계 야유회를 진행한다.
30명이 넘는 인원을 위해
각자 준비해 온 조리기구와 식재료를 이용
현지에서 급하게 섭외한 쉐프들의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송림숲 그늘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노릇하게 굽고
잘게 썰어 익히고
면과 소스를 섞어
해물 스파게티 완성
점심을 마련하는 동안
갯길을 걸었던 회원들 도착하여
만찬을 즐긴다.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 이해인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 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무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 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 이 해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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