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는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 한강 -
눅눅한 잿빛 하늘이 기분을 가라 앉히는 새벽
설마 이런 날에 비가 내릴까.
오후부터 하늘이 열린다고 하니
하루 현명한 선택이었길 바랐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함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하루의 만남이든 몇 년에 걸쳐 이어져 온 만남이든
그 만남 안에는 삶에 대한 시간이 존재한다.
싫든 좋든 만났어야 할 인연이었더라도 때론
상실감을 주기도 하고 상처도 남긴다.
그러나 그것은 꼭 서글픈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그들 모두는
오늘도 함께 하고 있으며
내일도 늘 가까이 있으니까
나는 길에 서 있다.
그곳은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두툼한 솜이불 깔린 포근한 숲길이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 바위틈과 마른 숲길을 걷다 보니
마음이 건조해질까 염려스럽다.
고르지 않게 솟아 있는 크고 작은 바위와 암릉이 전해주는 고통은
우리네 삶의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픔이 클수록 반증은 커진다.
여리고 약한 마음을 가진 듯해도
계속 오르고 내리다 보면 그 고통도 견딜만해 지면서
믿을 만한 길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앞만 보며 가는 그런 인생 말고
한 번쯤 뒤돌아보며 풍경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가늘게 뜬 눈으로 먼 곳까지 시선을 던져
시큰한 봄바람 들이키는 것도 좋다.
호동마을에서 바라본 범바위(시루봉)는 신의 영역이다.
오르기 전부터 그 모양새는
무척이나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며 비관적인데
정상 부근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범바위의 모습에서
희망적이면서 낭만적인 풍경을 발견한다.
범바위 능선 정상에 도착할 무렵
조망 바위에서 누적된 피로를 풀며
목구멍에 알콜을 털어 넣고 있는데
하얀 몸통에 다리와 머리, 꼬리가 까만 녀석 하나가
바위 위를 쏜살같이 올라간다.
민첩한 몸놀림에 너구리는 아닐 테고,
오소리도 아니요...
월출산에 담비가 있다니
월출산 대동제와 큰골 호동골 쪽에 설치해 놓은 무인카메라에
최근 멸종 위기종 담비와 삵이 포착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음을 재차 확인한다.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 속 사물들을 접하면서 갖게 되는 편견....
호동마을 범바위에서 가새바위까지 이어진 숲길
그 하루 동안의 내밀한 감정을
이곳에 옮겨 적는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 때의 그 느낌....!!!
승희, 기호, 범관, 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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