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열기보다 뜨거운 빛이지만 따스하다면
그건 분명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일 것이다.
이른 새벽 양자봉에 올라 어둠을 품는 여백의 세상을 보았다.
서서히 밝아오는 세상은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공간이며
계절에 맞지 않게 입은 촌스러운 옷과 털모자도
미소 하나면 만사형통으로 이어지고
여백 앞에서는 하나의 그림자일 뿐이다.
여명의 여백은 공허함도 어떠한 단절도 아니다.
마음 한쪽을 비우고 여유와 한가로움으로
스쳐 가는 바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새벽은 조급하게 서둘러서도 안 된다.
시간과 공간에 녹아 있는
거룩한 침묵과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여백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채워 갈 것이다.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
누군가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지만,
가히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보았노라 느꼈노라 가졌노라
맑은 기운 가득한 시간
북으로는 무등산이...
멀리 지리산 노고단과 천왕봉까지
그리고 그 앞 화순 모후산까지 볼 수 있도록
활짝 열어준 하늘과
장군봉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월출산 산양(염소) 한쌍,
그리고 나와 함께한 범관 은선 부부에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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