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가을은 깊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까지
가을 햇살에 아낌없이 자신을 태우며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아는 나무들
그리고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 내 안의 혼..
침묵은 소리 없는 울림이며,
자기 정화와 자기 질서 유지를 위한
정신적 치유다.
여린 꽃봉오리 올라오던 시절
계절의 순환에 맞게
마냥 눌러앉은 봄인가 싶더니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 마르고
흙에서 뒹굴다 응달진 산기슭에
한 움큼씩 쌓여가는 낙엽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 비우고 버려야 하는 가을인가
유난히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는 11월,
비가 내릴 때마다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고
바람이 불어서 비가 내리는 것인가
나무 아래 마른 풀잎이 소리 없이 젖어가는 중에도
사무실 앞 국화 꽃잎은
며칠 동안 머뭇거리며 필 듯하더니
결국 진한 여운을 남기며 세상 덧없음을 말해준다.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에도
말라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은 비켜 간다.
내장사에서 백양사까지 걸었던 앙상한 숲길
내가 살아내고 있는 날의 한가운데
그림자가 겹치듯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따스한 온기를 느끼기도 전에
가을은 이제 바람같이 모퉁이를
찬서리 맞으며 먼 길을 떠나가고 있다.
그 길
그 걸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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