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나의 삶

아버지 기일 [忌日]

별 사 탕 2016. 6. 16. 03:38



오른쪽 가슴에 빨간 명찰과 이등병 계급장을 달기 위해

배고픔과 혹한의 동장군을 이겨내야 했고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극한의 세계

나의 여린 정신세계는

인간 탈곡기 즉, DI(디아이) 훈련교관에 의해 무참히 탈탈 털려야만 했고

기초군사훈련을 잘 소화해내며

훈련소 생활을 조금씩 적응해 갈 즈음,

퇴소식 날짜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꽃피는 춘삼월의 어느 날

사진 속의 인물들...

마치 내 아들이 군대에 가는 것 같지만,

아니올시다.

어릴 적 부랄잡고 놀던 내 두 꼬붕들을 몰고

포항 훈련소까지 찾았던 아버지는 나를 부둥켜안으며

한마디 하셨다.

"고생했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부자는 부둥켜 안은 채

넓은 연병장 한가운데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언제나 강한 존재일 것만 같았던 그분

이제 더는 강하지도 않고

더는 힘세지도 않고

더는 용기 있지도 않은

비굴과 연약함마저도 없는 아버지

정이란 단어에 목마름을 느끼며

인간애에 염증이 곪아 터질  때

나를 이해해주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었던 아버지

언제나 말없이 내 손을 잡아준

나의 마음속 등불이었던 당신.....

이제는 신비스럽지도

화분에 꽃처럼 화사하지도 않지만

오늘은 사진 속 당신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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