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익스트림

국제 철인 3종 경기 구례 아이언맨, 226.2km [2017.09.10]

별 사 탕 2017. 10. 9. 14:35

 

 

 

 

 

 

 

 

 

 

 

 

 

 

 

 

 

 

 

 

 

 

 

 

 

 

 

 

 

 

 

 

 

 

 

 

 

 

 

 

 

 

 

구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하동 화개마을 앞까지 이어진

섬진강 물줄기가 햇살에 눈이 부시다

나는 곧잘 섬진강을 찾아 나서곤 한다.

지리산을 좋아하고

하동과 구례까지 이어진

그 길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상계사 불일폭포 가는 길과

피아골 연곡사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너무 좋으면 말이 소용없는 법이다.

그냥 마음으로 느끼면 될 뿐...

하동 악양면 평사리 마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계절

영원의 하늘을 향해 번져가는 그리움의 선형과도 같이

눈을 감고 그 가을 들판을 그린다.

그리고

평온이 깃든 마음으로 지켜보았을 노오랗게 물든 넓은 들녘

최참판댁 지주가 가졌던 풍족한 삶의

富를 뿌리친 길상의 혼란스러움을 때론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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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내 하나가 자연 속에서 구름 위를 걷고 있다.

길모퉁이와 산,

 때로는 물 위를 걸어왔던 사십 중반의 그 사내 하나

망설이고 망설이더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다. 

어둠 저편에 먼 등불 하나 보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Swim 3.8km, Bike 180.2km, Run 42.2km 

인고의 시간

나는 누구이며,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를 수없이 반복하기를....

시간을 뚫고 고통 속에서 나를 다독여야만 했던 그날

그 첫 경험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물안개 가득한 구만제 저수지에서 업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사람들에 치어결국 코스까지 이탈해 버렸다.

영겹의 세월로 구름이 덮여오듯

쏟아지고 미끄러져 들어가고 밀려드는 사람들

그 틈바구니에서 잠깐 볼 수 있었던 하늘은...

구름 송이가 지나가던 높다란 하늘은 아름답더라.

온갖 잡념으로 가득했던 은빛 구만제를

나는,

나는,

이제 가파른 언덕 하나 넘었을 뿐이다.

 

1,600여 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바꿈터의 모습은 장관이다.

수영을 서둘러 마치고 뭍으로 나오면

아직 바꿈터를 빠져나가지 많은 자전거들로 인해

두 다리에 힘이 절로 난다.

그래서 런이 여유롭다. 

이제 안장에 옮겨 가을들녘을 가른다.

산동마을을 지나 광의면 어느 농로에는

철 따라 꽃이 피듯

마을 사람들이 길가로 나와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때 묻지 않은 온유한 모습으로

긴 행렬에 박수와 용기를 준다.

하동까지 이어진 그 길에서

진달래 이파리가 되고 꽃송이가 되고

봄날 진달래의 구름이 되었다가 안개가 되기도 한다.

페달에 발을 올려 원을 그리는 동안

바퀴는 동력을 전달받아 앞으로 미끄러져 나아간다.

들 내음, 산 내음, 꽃내음 그리도 여물어 가는 나락 내음이

다리에 힘을 실어준다.

빽빽하게 우거진 가로수 길을 오가는 중에

나는 환각에 빠져 있다가도 꿈속에서 오열하듯

힘겨움에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

지금은 꿈속도 아니요

눈물도 아니 흘리고 몸짓도 아니 하면서

고통 속 쾌락에 통곡하는 것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우수꽝스러운 세월이었고

내 삶도 남들처럼 포부는 있었으나,

그 세월은 이미 가을이었다.

온갖 잡념으로 가득한 마음을

 떨쳐내고 180km 여정을 마무리하는데

벌써 햇빛은 옅어진다.

이제 마라톤 시작이고 경기 중반인데 말이다.

구만제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결승을 향한

마지막 고통의 레이스가 기다린다.

눈을 뜨고 노을이 타는 산마루를 바라본다.

눈에 비치는 저 노을만큼

아름다운 태양은 또 있을까

열리지 않을 벽처럼 느껴졌던 이 길들

나는 길에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처럼

겹겹이 겹친 첩첩 산들의 능선을 바라보았다.

나는 강물이 되고 산이 되고 능선이 되었다.

육중한 몸이 홀가분해질 때가 오기까지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나는 또 달릴 것이다.

 

잦은 다리 통증으로

한때 좋아하던 달리기를 접어야 했고

산을 오르며 수영하던 중

다시 도로 위로 나온 지 일 년

킹코스를 완주하기에는 연습량도 턱없이 부족했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이 마음 한켠에 버티고 있었지만

해냈다....

말 한마디 없이 226km를 달리는 동안

향기는 귀로 듣고 빛깔은 코로 맡았다.

말 없는 섬진강 물줄기와 지리산 능선은 왜 영원한가를 생각하게 하였던,

때론 미물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내 삶의 일부를

고통으로 뒤흔들었던 그 하루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