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의 가을 [거림-도장골-청학굴-시루봉-청학연못-거림골]
긴긴날을 보내고 청학에 들어설 날이 가까워질 무렵,
꿈에서라도 먼저 그곳에 가볼까 잠을 청하기도 하고
조용히 떨리는 가슴으로 그곳을 들여다 보곤 했다.
내 마음에 살짝 들어와 꼼짝하지 않고 있는 청학의 환상이
몸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음에 눌러앉아 버렸으니...
두 번째 산행임에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아, 그리웠던 지리 가을 산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줌의 햇살과
계곡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도장골 와룡폭포의 넓은 바위에 앉아
햇살에 눈부신 물줄기를 바라보며 저마다 따로따로 마음을 담아낸다.
지리산 마루금의 빼어난 조망과
시루봉 아래 청학 연못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은 곱기만 하다.
지리산 어디엔가 있다는 청학동을 많은 선인이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고 혹여 산에 들면
청학을 타고 날아다니는 신선을 만나게 될까 싶어
그날도 이상향을 쫓는 사람들의 발길은 끝없어 보였다.
청학과 신선이 노니는 신선의 경계를
어찌 하찮은 인간의 마음과 눈으로 찾을 수 있겠는가 싶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날
청학 연못에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그 깊이를 들여다보고 물속에 비친 모습에서
청학(靑鶴)이 비상하기를
그리고 청학의 문이 열리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던 나였다.
고독한 날은
아니, 스스로가 고독하다고 느끼는 날에는
선한 눈망울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조차
모든 것이 쓸쓸해 보이는 계절
고독한 날은
기우는 달이 아닌
어둠을 밝게 비추는 덩그런 달마저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그러다가도 그리움이 밀려오면
가만히 보고픈 얼굴 떠올리고 만다.
가을 지리산.....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병들고 말았을 거다.
날씨는 괜찮아야 할 텐데 괜한 걱정을 하며
간절히 바라던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2016/10/16 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