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산과 나

지리산 종주 1박3일 눈꽃산행 [12월 28일 성삼재-연하천대피소-세석대피소]

별 사 탕 2013. 12. 31. 00:07

 

 

 

눈오는 밤 / 별

 

푸름이 아니어도 좋다.

눈오는 밤 하얀 눈 실컷 밟아

먼 여행길 떠나고 싶다.

 

밤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재잘대던 이야기꽃

눈꽃되어 눈물되어

먼 별빛에게로 날아간다.

 

 

 

겨울로 접어든 지리산..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지만

오늘밤은 참빗으로 나무를 쓰다듬는

바람소리만이 온 산에 가득하다

 

 

성삼재를 출발하여

세석대피소까지 줄곧 달려야 한다.

때론 눈보라를 이겨내고

눈이 시렵도록 파란하늘과

마법에 걸려 있는 숲을 지나

솜털 입은 나무의 유혹을 뿌리치고

황홀한 눈꽃여행을 위해 

나는 걸어야만 했다.

 

 

 

붉은 태양은

어제의 하루를 돌아

다시 오늘로 왔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과거에도 어제도 그래왔듯이,

어둠과의 힘겨운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찬란한 여명의 아침을 맞는다.

 

 

아침의 고요함..

그들이 바라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낯선 사람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들...

고요함이 깊은 만큼

발끝이 머무는 그 눈도 깊다.

 

이제부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저 발자국을 따라 

성삼재를 시작으로 주능선 종주를 향해 가본다.

 

노루목과 삼도봉을 지나

토끼봉의 파란 하늘에 눈의 피로를 풀고

잠시 머무는 동안 물 한모금에 목을 적시며

누구나 시인이 되버리는 연하천에 들린다.

 

달빛 감춰 놓은 벽소령에서 발의 피로를 풀고

옅은 먹을 묻힌 붓으로

구름과 눈에 뒤덮힌 산을 그려내었던

칠선봉 넘어 영신봉가는 길...

 

오늘의 여정 세석을 향해 나아간다.

 

 

 

 

  

 

 

  

 

 

 

 

 

 

 

형제바위에서 바라봉 벽소령대피소 

 

 

 

 

 

 

 

  

  

 

 

 

  

 

 

 

 

 

 

 

 

 

고단한 몸뚱아리

나무의 흔들거림..

이렇게 세석의 밤은 깊어간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기대에 찬 내일의 천왕봉 일출을 떠올리며

별빛이 나를 비추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눈을 감는다.

 

인생의 시간여행속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