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짧다고 느끼는 하루를 다 채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하루살이는 일년의 유충 기간을 보내고 2시간이라는 아주 짧은 생을 성충으로 살다 삶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하루살이에게도 오늘처럼 노을 진 저녁무렵이 아름답게 보일까? 불교의 윤회설을 이마에 얹고 짧은 수명을 기꺼이 받아 들이는 것일까? 자주 태어나서 수만 번의 죽음도 아깝지 않을 다양한 사랑을 하였다면 결코 헛되게 산 것은 아니건만 사랑을 바라보는 눈도 사랑하는 몸짓도 언젠가 때가 되면 가을 바람에 시들어 버리는 빛바랜 낙엽일진데 하루살이 삶과 다를바 없는 우리의 삶, 쉽게 보내버린 어제의 지난 여름처럼 나의 삶은 하루살이는 아닐까.
하루살이 여름을 보내고 어느 덧 11월이다. 흐르던 가을이 자연의 품에 모여 모든 것을 물들이는 찬란한 축제의 기간이다. 미움을 산 것도 아닐텐데 매정하게 거친 바람은 견고한 창문을 흔들다가 이유없이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앙상한 나무가지를 잡아채고 흔들어 댄다. 그러다가 지치면 나무를 붙잡고 대단치 않은 일이라 여기며 가지에 앉는다. 그곳의 햇볕은 더 이상 따뜻하지도 않고 바람 또한 더 이상 부드럽지 않다. 바람소리에 등이 시리는 것을 느낀다면 청신한 11월의 바람을 쐬고 있음이 틀림 없다. 유달산과 마주하며 탁 트인 목포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양을산에 올라가 보았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몇 그루의 전나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나, 태양을 향해 자비를 갈망하듯이 모두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늘어선 앙상한 편백 숲을 보아도 떠남과 오는 계절은 나와 함께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생각이 스며들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차갑다. 오후 들어 날씨가 개이더니 저녁시간 주변 하늘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운 오렌지 빛으로 한순간 탈바꿈해 버린다. 구름의 빠른 이동에 가을하늘의 노을빛깔도 선명하다. 금새 지나온 한나절과 하루동안의 일들을 또렷이 기억하며 회상하고 어둠을 맞이하는 퇴근무렵의 저녁시간은 감정의 노출을 최대한 절제하고 견제하며 호의를 보이려 노력하지만 창밖으로 펼쳐진 오후의 나른함들을 이겨내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분주한 일상속에서도 종종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퇴근길 불어오는 11월의 바람은 상쾌하도다. 그리고 나의 11월을 맞이하는 마음은 쓸쓸하고 애잔하기에 살면서 잊혀지게 될 현재의 마음과 기억들을 이곳에 끄적끄적 적어 놓는다.
2014년 11월 03일. 저녁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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